감정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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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pressed businessman sitting under a lightning rainy cloud

아침에 일어나서 기분이 좋지 않으면 그것이 하루 종일 간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필자도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나 짜증을 낼 때 학교에 갈 때까지 그것이 풀어지지 않아 뾰루퉁한 표정을 가지고 집을 떠나는 경우를 가끔 경험한다. 어제 저녁에는 막내가 언니가 자신이 그린 그림을 수정해서 속상했는데 언니가 그것을 공감해 주지 않아 더 슬프고 화가 나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아이를 달래 주기 위해 그 감정을 공감해주고 충분히 표현하도록 도와주었다. 그렇게 함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다시 평온함을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제법 걸렸다. 이런 경험을 생활 속에서 하게 되면 감정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이나 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감정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행동으로 조직화하게 하는 힘도 있고 생각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영어로 감정이 emotion인데 이것은 에너지 (e-)와 움직임(motion)의 합성어다 라고 하는데 감정은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두려움을 느끼게 되면 우리는 도망을 가게 되고 분노를 느끼게 되면 공격하게 되고 슬프면 혼자 있고 싶거나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그리고 행복이나 사랑을 느끼게 되면 협력하려고 하게 된다.

또한 감정은 결정을 하거나 생각을 하는데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일이 얼마나 자기에게 중요한 의미인지를 생각하게 하고 판단하게 한다. 가끔 한국 드라마에서 거래처의 사장님이 계약을 맺지 않으려고 하는데 직원이 지극 정성을 보여서 감동을 받게 한다거나 사장님의 정서를 건드릴 수 있는 전략을 사용하여서 계약을 성사시키는 경우를 종종 보았을 것이다. 사람들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결정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볼 수 있다.

이 뿐 아니라, 감정은 사람에게 동기를 부여하기도 하고, 의사소통을 하는데 사용되며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감정은 존중되어야 하고 잘 다루어져야 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서구 사회나 한국 사회나 상관없이 역사적으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이 우선시되어서 감정을 누르고 억압하는 것이 더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되어 왔었다. 이제는 그런 생각을 버리고 감정을 존중하며 감정을 잘 조절해야 성공하는 시대라고 볼 수 있다. 감정의 중요성을 알고 감정 지능 (emotional intelligence)이 높은 사람이 삶에서 성공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많은 영역에서 증명이 되고 있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성공한 CEO들은 감정 지능이 보통 사람들보다 높다고 한다.

감정 지능이 높은 사람은 감정을 잘 조절한다. 감정을 잘 조절한다는 것은 분노, 슬픔, 외로움, 불안, 그리고 그 외 문제가 있는 감정을 행동으로 옮기거나 우울, 과식, 알코올 또는 약물 남용 등의 증상 발현 없이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의 능력을 말한다. 감정 조절은 태어나서부터 일생에 걸쳐서 배워가는데 나이가 들고 신체가 성장하면서 발달하는 과정과 함께 자연스럽게 배워가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어린 시절 자신의 감정을 잘 보듬어주는 경험을 하지 못한 사람의 경우 감정 조절의 어려움을 느끼고 대인 관계에서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함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  즉 성인이 되어도 감정 조절하는 법을 발달시키지 못한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감정은 사람에게 부정적이지도 긍정적이지도 않은 중립적인 것이지만 한 사람의 삶에서 그것이 적응적이지 못하게 되면 감정은 나쁜 감정이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헤치게 되는 위험한 감정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무엇인가를 잃어버려서 슬퍼하는 것은 정상적인 감정적 반응인데 ‘남자가 울면 안 된다 ’는 이야기를 들은 소년이 슬픔을 참고 표현하지 않았을 때 나중에 그것이 우울증으로 발전이 되었다면 그것은 나쁜 감정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감정 조절을 잘 할 수 있을 까?  감정 조절을 잘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감정을 잘 관찰하여서 자신의 감정을 잘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누군가 화를 낼 때 우리는 그 사람이 왜 화가 났고 화난 그 사람의 내면에는 어떤 것이 있는 지를 살펴보기 보다는 ‘화’ 라고 하는 감정 자체에 집중할 때가 많이 있고 모든 ‘화’를 동일한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제로는 똑 같은 ‘화’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 안에 슬픔과 수치심이라고 하는 감정이 있는데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자존심이 상하니까 “화” 로 표현될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은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데 그것을 숨기기 위해 “화”로 표현할 수도 있다. 이런 ‘화’는 속에 있는 일차적 감정 (Primary emotion)을 숨기고 표현하기 때문에 이차 감정(Secondary emotion)이라고 말한다. 물론, 신체의 위협을 당해서 화가 난다면 그것은 정당한 일차적 감정일 수도 있다.

나의 감정을 인식할 때 도움이 되는 것은 질문을 해 보는 것이다. 나의 감정이 일차적 감정인가? 아니면 이차적 감정인가? 아니고 어떤 유익을 얻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적 감정 (Instrumental emotion: 예를 들어, 화를 내면 현재의 어려움을 벗어나거나 이익을 획득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일단 큰 목소리를 내고 분노를 터뜨리는 것) 인가? 즉 목적 달성을 위해 의도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아닌가?

다음으로 감정을 인식한 후에 그것이 일차적 감정이라고 한다면 충분히 그 감정을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감정은 역할이 있기에 그 역할에 맞게 충분히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 종종 상담현장에서 내담자들이 충분히 울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지면서 자신의 삶의 활력을 되찾는 경우가 있다. 감정이 올라왔다가 자연스럽게 가라앉는 특성은 내담자로 하여금 내면을 정리하게 하고 경험에서 의미를 발견하게 한다. 그런데, 나의 감정이 이차적 감정이라고 여겨진다면 나의 이차적 감정을 갖게 한 과거의 경험, 기억, 인지와 관련된 과정들을 살펴보고 이차적 감정에 집중하기 보다는 일차적 감정에 관심을 두고 그것을 느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의 욕구와 필요,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다.

어느 한 분이 교회의 소그룹에서 다른 사람이 별 생각 없이 던진 응답에 상처를 받고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슬픔의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그 분은 별것 아닌 타인의 반응에 왜 깊은 슬픔 까지 느끼게 되었을까? 하고 자신의 감정의 형성 과정들을 살펴보면서 ‘나는 문제가 있는 존재야’ 라고 생각하는 수치심이 소그룹 사람들 앞에서 건드려졌기 때문인 것을 나중에 깨달으면서 자신의 반응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감정을 경험하면서 살아간다. 나의 감정을 잘 인식하고 그 감정을 잘 돌보며 살아간다면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호주기독교대학 김훈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