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시험 기간이었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지 얼굴 표정이 굳어 있고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왠지 짜증낼 것 같은 분위기다. 그래서 부탁을 할 때도 조심스럽게 부탁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전화 메시지로 부탁을 하거나 격려하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시험 기간이 잘 지나가기를 바랬다. 얼마 후 아들은 시험을 끝내고 자랑스럽게 한 학기를 마무리했는데 신기한 것은 아들의 얼굴이 너무나도 평화스럽게 장난끼 있는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가족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시험 기간 동안 아들의 표정이 어땠는지를 슬쩍 이야기해주었다. 그러자 아들은 환하게 웃으면서 자신이 그랬냐고 잘 받아들이며 미안해했다. 똑같은 사람이지만 아들의 모습이 많이 달랐던 것처럼 우리는 어떤 때는 삶의 스트레스를 잘 견디고 오히려 넉넉하게 반응하며 슬기롭게 어려움을 잘 견디어 내지만 어떤 때는 그렇지 못해서 감정적인 조절을 하지 못하고 자신을 향해서 원망과 죄책감을 쏟아내거나 아니면 반대로 타인을 향해서 분노와 적의감을 표현하게 된다.
하버드 대학의 의과 대학에서 임상 정신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뇌과학과 관련되어 그리고 마음 챙김과 관련되어서 책을 많이 기술한 다니엘 시걸 (Dr. Dan Siegal) 박사님은 이런 우리의 모습을 가지고 “관용의 창 (Window of Tolerance)”의 개념을 소개했다. 관용의 창은 쉽게 이야기를 하면 스트레스를 참아낼 수 있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용량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관용의 창이 넓어서 스트레스가 왔을 때 교감 신경이 활성화되어 좀 긴장이 되긴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일들을 잘 수행하고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며 삶을 평화롭게 살아가며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약간의 스트레스로 힘들다가 도 일을 잘 처리하면서 다시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되어 안정됨을 쉽게 찾아간다.
그에 비해서 어린 시절에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경험하지 못하고 지금도 불안정한 애착 관계 속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나 살아오면서 큰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은 관용의 창이 넓지 못하다. 스트레스의 자극이 올 때 이런 사람은 쉽게 감정이 관용의 창의 끝까지 내딛거나 또는 그 창의 범위를 넘어서 버려서 감정 조절이 어렵고 고통가운데 쉽게 빠지게 되어서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삶의 무게나 현재의 관계를 잘 유지 못하고 무너지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감정의 폭이 크고 긴장을 잘 하고 신경 시스템이 과 활성 상태가 되거나 저 활성 상태가 되어 정서적 장애를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주위를 돌아보면 감정을 잘 조절하면서 평안하게 살아가는 관용의 창을 잘 지키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관용의 창을 넘어서 정서적 조절이 어렵고 관계의 어려움을 경험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각 외로 상당히 많다. 쉽게 설명해 보면 우울이나 불안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10명 중에 한 명 또는 생의 주기에서는 4명 중에 한 명 정도는 다 경험하는 것이라고 볼 때 관용의 창을 벗어나 정서적 고통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생각 외로 주위에 많이 있다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평소에는 관용의 창 안에서 정서를 잘 조절하며 맡은 일들을 잘 감당하고 의사소통도 잘 하지만 생리 직후 또는 중요한 임무를 앞두고는 감정이 거의 관용의 창 가장 자리를 벗어난 정도에 이르는 것을 종종 경험하곤 했었다. 평소에는 화가 안 나던 일이 생리 직전에는 화가 나는 일이 되고, 자주 짜증이 나며 사고의 왜곡이 쉽게 일어나는 것을 경험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관용의 창‘ 안에서 감정을 잘 조절하면서 살아갈 수 있게 될까? 다니엘 시걸 박사님외 이 관용의 창에 대해서 많이 연구를 한 사람들은 관용의 창을 더 넓고 크게 확장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정적 경험으로 인해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일을 회피하고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기제가 생겨서 관용의 창이 점점 더 좁아지게 되고 그러면 더 쉽게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일들이 많아지게 된다고 말한다.
넓은 관용의 창을 갖기 위해 먼저는 나의 관용의 창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감정을 잘 조절하면서 평안을 유지하며 내가 감당해야 할 일들, 관계해야 하는 일들을 잘 감당하고 있는 지 또는 나는 쉽게 화를 내거나 불안감을 많이 느끼는 지, 감당할 수 없다고 느껴지는 때가 있는 지, 또는 감정이 너무 가라앉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껴질 때는 없는 지,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나는 딴 곳에 있다고 느끼지는 않는 지 등의 질문들을 통해 나의 감정 상태를 한 번 점검해 보고 마음이 힘들어 지금 해야 하는 일에 집중이 안될 때 나의 마음을 잘 관찰해 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내 마음에 조절이 되지 않는 압도적인 감정이 있다고 느낄 때는 그 감정이 어떤 감정인 지를 잘 살펴본 다음 그 감정에 이름을 붙여 보는 것도 그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나서 이 감정의 고통이 얼마만큼 인지도 헤아려 본다. 만약 1-10까지의 감정적 고통이라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감정의 정도는 어느 정도 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본다. 이 감정은 무엇이 원인이 되어서 생겨난 것일까? 생각하다 보면 그것의 원인이 누군가가 던진 한 마디의 말일 수도 있고 내가 느낀 실패감이나 거절 감 때문일 수도 있고 앞에서 필자가 말한 것처럼 어떤 생리적인 부분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잘 관찰하고 이해하고 원인을 찾다 보면 감정은 서서히 다시 관용의 창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힘이 생길 수도 있다.
다음으로는 평소에 매일 ‘관용의 창 ‘안에 내 마음이 머물 수 있도록 훈련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쉽게는 생각이 날개를 달고 삼천리 길을 가지 않도록 ‘지금, 여기에 ‘머물러 있는 연습을 하는 것은 감정을 조절하는데 도움이 된다. 지금 여기에 머무르도록 도움을 주는 좋은 방법은 쉼 호흡을 평소에 연습하는 것이다. 좋은 호흡은 많은 시간이나 에너지를 들이지 않으면서도 건강한 정서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 평소에 일을 하다가 중간 중간에 3초 동안에 숨을 들이마시고 3초간 멈춘 다음 10초 정도로 길게 숨을 내 뱉으면 좋다. 그 외에도, 운동이나 묵상 같은 것을 지속적으로 하여서 평소에 예민하고 긴장될 때 몸에 나오는 호르몬을 조절하는 교감 신경보다는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되도록 몸을 상태를 조절하는 것, 좋은 생각들로 마음을 지켜 나가는 것들도 나의 관용의 창문을 넓게 유지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 내면에 있는 관용의 창문은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많은 기여를 한다. 나의 관용의 창문은 현재로 어떤 상태인지를 점검해 보고 자신을 잘 돌보는 행복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ACC 무료 온라인 특강 (매주 화요일 저녁 7시30분)
6월 22일: 불안과 가정폭력 (독이 되는 관계) – 서미진교수
6월 29일: 우리 엄마 DNA는 정말 남다른 걸까? – 천종원교수
7월 6일: 감성지능이 높은 자녀로 키우기 – 김영실교수
7월 13일: 카라마조프 형제들을 통해 본 신, 인간, 구원이해 – 주경식교수
7월 20일: 게임과 게임중독? – 조은주교수
7월 27일: 나에게서 받는 공감 (남이 아닌) – 민현경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