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 전역에 ‘계엄령’ 선포

106

러시아군은 2월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국경을 넘어 인근 도시에 폭격을 가하는 등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공격을 개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새벽 TV 성명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계획이 없다”며 우크라이나군에 무기를 내려놓을 것을 요구했다.

연설 직후 우크라이나 군사 시설에 대한 공격이 보고됐다. 우크라이나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군용 차량이 벨라루스를 포함해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북쪽, 남쪽, 동쪽 등 여러 곳에서부터 국경을 넘어왔다고 한다. 경찰은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최소 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실종자는 19명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현재 우크라이나 전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에서 “패닉하지 말라. 우리는 어떤 상황에도 준비돼 있다. 우리 우크라이나는 누구든지 물리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러시아가 “유럽에 큰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며, 러시아 국민들이 전쟁에 반대해주길 촉구했다.

24일 약300만 명이 사는 수도 키예프 전역에 경고 사이렌이 울렸다.

밤사이 차들은 줄을 지어 도시를 떠났고 남은 시민들은 키예프 지하철을 피난처 삼아 찾았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이웃 국가들은 많은 난민을 받아들일 준비를 시작했다. 한 여성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곳으로 떠날 것이며 피난 과정에서 별 탈이 없길 바란다. 마리우폴에 가족이 사는데 지금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노리는 것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군사시설과 국경수비대를 먼저 공격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군용차량이 북쪽으로는 하르키우, 동쪽으로는 루간스크, 남쪽으로는 러시아가 합병한 크림반도와 북쪽의 벨라루스에서도 국경을 넘어왔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키예프의 보리스필 국제공항뿐만 아니라 키예프, 드네프로, 하르키우, 마리우폴 등 대도시에 있는 군 본부와 창고와 함께 폭격 피해를 보았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에 약 20만 명의 병력과 수천 대의 전투 차량을 배치했다고 말했다.

‘근거가 없으며 정당하지 않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8년간 집단학살을 자행했다고 주장하는 등, 이번 주에 근거 없는 주장을 여럿 되풀이하며 “특별 군사 작전”을 개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와 “비나치화”가 목적이라고 밝혔다. 연설이 있기 몇 시간 전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치와 싸우다 8백만명이 목숨을 잃은 민족이 어떻게 나치를 지지하는 쪽이 될 수 있는지 되물었다.

유대인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어떻게 내가 나치가 될 수 있나”고 반문했다. 우크라이나의 서방 동맹국들은 러시아의 끊임없는 반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지속해서 경고했다.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일본은 러시아의 주요 인물들과 은행 그리고 반군이 점령한 지역의 일방적인 독립 승인을 지지한 러시아 하원의원들에게 제재를 가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근거 없고 정당치 못한 공격”에 대해 미국과 동맹국들은 단결되고 결단된 대응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은 비극적인 인명피해를 부를 전쟁의 길을 계획하고 선택했다”며 “세계는 러시아에 책임을 물을 것” 이라고 밝혔다. 우르술라 폰 데 레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고 밝히며 러시아에 “병력을 반드시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EU 지도자 27명은 같은 날(24일) 긴급 정상회의를 할 예정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끔찍한 일들에 경악했다”며 푸틴 대통령이 “정당한 이유가 없는 공격을 감행하면서 유혈사태와 파괴의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얀 리파브스키 체코 외무장관은 “동맹국과 함께 우리는 이 야만적인 침략 행위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왜 침공했나

푸틴 대통령은 앞서 22일 친러시아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의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이 분리주의 지역은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이후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다. 당시푸틴 대통령은 친러시아 성향이었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축출한 대규모 거리 시위가 벌어지자 공격을 개시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의 갈등으로 지금까지 14000명이 사망했다. 미약한 휴전이 있었으나 최근 며칠 새 휴전 위반 사례가 급증했다. 푸틴은 이번 군사 행동의 목표는 이 반군 지역 내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가 신나치주의자 통치에 놓여있다는 푸틴 대통령의 터무니 없는 주장을 반박하며 권위주의적인 러시아와 다르게 우크라이나에서는 민주주의가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공격에 대한 두려움이 몇 달간 고조됐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막고 러시아의 안보를 보장하라는 러시아의 요구를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이 무시하고 있다고 거듭 비난했다. 공격 개시 이전에 우크라이나에서는 국가 비상사태가 선언된 상태다.

이번 비상사태 선언으로 개인의 문서를 검사할 수 있고, 예비군의 출국을 막을 수 있으며, 대규모 집회와 라디오 통신 시스템을 제한할 수 있다. 키예프 시장은 시내로 진입하는 도로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정부청사 출입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B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