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부쩍 상담을 의뢰하는 내담자들의 숫자가 늘어났다.
무엇 때문일까? COVID19 때문일까? 아니면 상담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일까?
얼마전 mental health academy에서 열리는 특별 강좌에서 재미난 통계를 들었다. 사람들은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상담사 치료 중에 어떤 것이 가장 효과가 있었냐고 하는 질문에 상담이 제일 효과가 좋았다고 피드백을 주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상담사로 일하는 필자는 갑자기 어깨가 으쓱해졌다. 많은 사람들이나 정부에서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들을 상담사 보다는 조금 더 수준이 높은 전문인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 정신적으로 도움을 주는 영역에 있어서는 상담사가 더 가까이 있으며 사람들을 실제적으로 돕고 있다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들은 의학적인 모델을 가지고 사람을 이해하고 진단하고 치료하며 그렇기에 어쩌면 관료적일 수 있는 반면 상담사들은 한 사람 한 사람 내담자의 이야기와 상태들에 깊은 관심과 연민을 가지고 그들을 돕는 일에 집중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큰 효과를 경험할 수 있는 지도 모른다.
오늘 한 내담자로부터 자신이 ‘상담을 받은 것이 그 어떠한 것에 투자한 것 보다 잘한 일이다’ 라는 말을 했다. 상담을 통해서 돈 버는 법을 배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상담을 통해 갑자기 자신의 삶의 주위 환경이 바뀐 것도 아닌데 이 내담자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 그 이유는 상담을 통해서 마음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기도 하고 사람을 딴 사람으로 바꾸어 놓게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 번씩 ‘이제 상담을 받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또는 ‘더 이상 우리 아이가 힘들다고 하지 않아요’. ‘우리 부부가 잘 살고 있어요 ‘, ’마음의 고통이 싹 없어졌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참 감사한 마음이 든다. 사람의 마음이 지옥이 되기도 하고 천국이 되기도 하는데 그 ‘마음을 바꾸는 힘을 상담을 통해 공급받았다’ 라고 하는 것을 보는 것이 일의 보람과 감사를 느끼게 한다.
예전에, 상담은 정신 분열병과 같은 정신증에 해당하는 사람들만 받는 것처럼 생각되는 부정적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사람들의 생각들이 많이 바뀌어서 삶을 살아가다 만나는 감기처럼 마음의 감기가 걸렸을 때 상담소를 찾는 것이 사람들에게 조금은 낯익은 풍경처럼 되어지고 있다. 어린 시절 엄마가 벗은 옷을 보면 잔소리를 많이 하니 그 소리가 듣기 싫어서 옷을 벗으면 옷장안에 쑤셔 넣고 겉은 깨끗한 것처럼 보이게 한 적이 많이 있었다. 그러다 속이 꽉 차게 되면 문을 열자 마다 옷장 속의 정리되지 않은 옷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받는 크고 작은 상처들을 정리하지 않고 쌓아 두게 되면 언젠가 닫힌 문을 건드리는 사건이 있게 되면 마치 정리하지 않은 옷장처럼 마음도 우르르 무너져 내릴 수 있게 된다. 언젠가는 정리해야 하는 마음의 옷장이 있다면 상담은 그 옷장의 내용물을 잘 정리해서 버릴 것은 버리고 빨 것은 빨고 접어서 다시 넣어 둘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마음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지 않고 정리되어서 필요할 때 마음에 있는 것을 하나씩 잘 꺼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한 씩씩한 내담자가 자신은 그렇게 힘들지 않은데 왜 이렇게 갑자기 눈물이 나고 죽음에 대한 것까지 생각하게 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필자는 그 내담자에게 “그 동안 씩씩하게 살아내느라 알지 못했던 마음에는 상처들이 수북이 쌓여가고 있었는데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였었군요. 그런데 최근 일어난 일련의 아픈 일들이 마음에 쌓인 상처가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네요“라고 표현을 해 주자 내담자의 눈시울이 갑자기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의 옷장에 구겨서 넣어 놓았던 것들이 많이 있는데도 삶의 무게로 인해 그것을 꺼내 볼 수 있는 여유가 없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헝클어진 옷장은 언젠가는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다.
요즘 멋쟁이들은 반영구 속눈썹을 정기적으로 다는 것이나 손톱 관리를 하는 것을 정기적으로 하고 제모도 정기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외모의 아름다움을 위해서 재정을 사용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 것은 그 만큼 아름다움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우선순위에 들어가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멋쟁이들이 외모를 위해서 투자하는 것처럼 사람의 행복을 좌지우지하는 마음을 위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으로 멋있는 사람이요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상담비가 아까워서 상담이 정말 필요한데도 상담 초반부에 상담을 그만 두어 버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자신이 건강해지는 것을 위해 매번 상담비를 기꺼이 기쁨으로 지불하는 사람이 있다. 기쁨으로 돈을 내면서 상담을 받는 사람들은 마음의 변화의 가치를 알고 그것을 위해 대가 지불을 하는 사람이고 대신 그 사람들은 마음의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이다.
최근 상담사를 찾는 사람들의 숫자가 부쩍 늘었다는 것은 COVID19로 인한 정신 건강의 필요가 더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마음의 중요함을 아는 사람들이 더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해석하고 싶다. 이제는 마음이 아플 때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되겠지’ 라는 생각이 아니라 마음이 아플 때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하게 살아가겠다‘고 상담소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더 많아져서 자신의 외모만 돌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잘 돌봄으로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해지는 것을 추구한다라고 보는 것에 한 표를 던진다. 이렇게 보고싶은 것이 이것이 많은 사람들의 실질적인 삶의 행복과 만족 그리고 건강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음의 건강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마음의 건강은 눈에 보이는 건강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부분이다.
마음 건강에 더 신경 쓰는 사람이 많아지는 요즘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건강해지기를 바란다.
호주 기독교 대학에서는 조금 더 교민들에게 상담이라는 도구를 통해 더 가까이 가기 위해 연말, 연초에 다양한 온라인 특강을 실시해서 교민들의 정신 건강을 도우려고 계획하고 있다.
11월 말 (18일)부터 2월 중순까지 거의 매주 진행되는 특강을 통해 교민들이 상담이라고 하는 것에 더 친숙해지고 관계가 좋아져 더 많은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학교 특강과 관련된 정보 (info@accu.edu.au , 02 6255 4597)
호주기독교대학 김훈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