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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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아이 중 넷째는 버터 치킨을 좋아한다. 버터 치킨은 인디안 음식으로 치킨 살을 버터 맛이 나는 황금빛 커리 소스로 볶은 음식인데 일반적인 카레라이스처럼 밥과 같이 먹게 된다. 쇼핑 센터에 가서 무엇을 먹을래? 라고 물으면 종종 버터 치킨을 먹고 싶다던 아이가 어느 날 부터 자신은 버터 치킨을 엄마가 만들면 먹지 않겠다고 한다. 왜 그렇냐고 물었더니 자신이 엄마가 여행을 간 사이에 버터 치킨을 먹었는데 심하게 체해서 버터 치킨을 더 이상 못 먹게 되었다고 하면서 버터 치킨만 먹으면 체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분명히 버터 치킨이 우리 딸을 체하게 한 경험은 한 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버터 치킨이 자신을 체하게 하는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딸은 더 이상 버터 치킨을 먹으려 하지 않는다. 아무리 설명을 하고 설득을 해도 우리 딸은 버터 치킨을 먹지 않으려 해서 벽장에 남아 있는 맛있는 버터 치킨 소스는 우리 집에서는 더 이상 사용될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우리 딸의 경험을 학습이론에 비추어 설명을 해 본다면 버터 치킨의 경험은 우리 딸의 뇌의 신경망에 저장되어 현재 세계에서 경험하는 것을 해석하고 현재의 시시각각의 느낌을 갖게 하는 무의식이 되어 버렸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한 번 경험된 좋지 않은 고통의 경험이 우리 딸의 기억으로 저장되어 새로운 경험을 해석하는 기반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다음 부터는 ‘치킨은 나를 체하게 하는 음식’ 이라는 왜곡된 사고가 생겨나게 되었고 버터 치킨만 보면 몸에서 거부하는 듯한 감각들이 느껴져서 버터 치킨을 회피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적응적 정보 처리 시스템이 있어서 일상 생활에서 경험하는 상처나 아픔들은 얕은 잠을 자는 렘 수면 상태에서 삶에 잘 적응을 할 수 있도록 정리를 할 수 있게 된다. 보통 낮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들이 있더라도 밤에 잠을 잘 자고 나면 기분이 괜찮아지고 상처를 주었던 사람에 대한 생각도 적응적으로 변해 있는 것을 경험하는 것은 그것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상처들은 처리하기에는 큰 상처여서 적응적 정보 처리 시스템을 통해 정리가 되지 못하게 되는 데 그것은 적응적이지 않게 뇌의 신경망에 갇혀 있게 되어 예민한 상처와 고통으로 반응하게 된다. 우리 딸이 경험한 버터 치킨의 기억은 바로 적응적이지 않게 뇌의 신경망에 갇히게 된 경험이라고 볼 수 있겠다.

‘트라우마, 내가 나를 더 아프게 할 때’ 책에는 이와 관련한 예화가 나온다. 한 여성이 남자 친구가 이별 통보만 해 오면 너무나 큰 고통과 아픔을 경험하며 남자 친구가 자신을 떠나지 못하게 애걸을 하곤 했다고 한다. 남자친구가 때로는 나쁜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애걸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그 여성은 심리 치료를 받게 되었는 데 심리치료를 받는 도중 자신의 어린 시절의 경험을 떠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 그 여성 분은 부모님과 다른 방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하루는 밤에 천둥 번개가 아주 심하게 내리쳐서 너무나 무서웠다고 한다. 그 때 엄마, 아빠를 고함치며 불렀는데 곤히 잠이 들었던 부모님은 오지 않았고 그 여성 분은 죽을 것 같은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며 방치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여성분에게는 “내가 정말 위험하고 힘들 때는 부모님에게 버림을 받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자기도 모르게 이별을 통보하는 일이 생기면 위험한 상태로 인식을 하여 어릴 적 무의식의 기억을 자극해서 어릴 때 경험한 똑같은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게 되었다고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 “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 “ 라고 하는 노래를 배워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 노래를 부르면 자연스럽게 그 뒤의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빨간 것은 사과 ~~ “ 라고 말이다. 이처럼 우리에게 무의식으로 저장되어진 기억들은 나도 모르게 우리로 하여금 바로 반응하게 하기 때문에 기억을 잘 처리하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다. 기억을 처리하지 않으면 우리 딸은 평생 버터 치킨을 못 먹을 것이고 앞에서 언급했던 이야기의 아가씨는 이별 통보를 받을 때 마다 평생을 힘들게 살아야 할 것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는 많은 전쟁 참여 군인들은 장렬하게 전쟁에서 싸우고 돌아와서 일상 생활을 하려고 하지만 더 이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다. 플래시백 되는 장면들과 악몽과 신체적인 강렬한 감각들이 지속적으로 자신을 고통으로 몰고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 고통이 너무 괴로와  술과 마약에 빠지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렇게 PTSD를 겪는 사람들에게 전쟁의 후유증으로 남아있는 잔인한 기억들이 치료가 되지 않아서 수 십년간 홀로 마음의 고통을 겪으며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도 그 동안 많이 있었다. 이렇게 현재의 삶에 지속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뇌의 각인된 과거의 고통의 경험을 어떻게 다룰 수 있을 까?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아프리카 평온의 얼룩말처럼 현재의 삶에 집중하는 것이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이겨내는데 아주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 아프리카에 있는 초원의 얼룩말은 너무나 평화롭게 풀을 뜯으며 살아가는데 얼룩말을 잡아 먹는 사자에 비해서 수명이 세 배나 길다고 한다. 사람의 경우라면 맹수가 오늘 나를 잡아 먹을까 내일 잡아 먹을까 고민을 하면서 지내느라 신경쇠약에 걸릴 것 같은데 얼룩말은 전혀 그런 것이 없다고 한다. 맹수에게 쫓길 때는 위험을 감지하고 아주 빠르게 도망을 가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전혀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평온한 초원의 삶에만 집중한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얼룩말은 과거의 공포스러운 기억에 매여서 현재를 잘 살아가지 못하는 일이 없이 현재에만 집중해서 평안하게 잘 살아간다는 것이다.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서 도움이 되는 것은 나를 괴롭히는 생각들이나 감정들이 내게 밀려올 때 그것과 싸우려거나 피하려고 하거나 또는 그런 감정들과 고통을 경험하는 나를 미워하지 않고 그런 감정들과 생각들을 하고 있는 나를 관찰하여 “내가 지금 ~~ 라고 느끼고 있구나 “ 또는 “ 내가 지금 ~~ 라고 생각하고 있구나 “ 라고 인정하며  그 생각과 감정이 그냥 흘러가도록 허용을 하면서 지금 현재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소중한 현실의 일에 집중하는 것을 훈련하는 것이 과거의 기억을 다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과거의 어떤 기억이 현재의 삶에 고통을 가져오는 기억인지를 찾고 그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 지를 찾아보며 그런 나를 비난하기 보다는 수용하며 그와 동시에 현재에 집중하는 것을 훈련함으로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God loves you and bless you)

Rev Dr. HUN KIM (김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