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어떤 부모가 되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 선뜻 나는 “자신감 있는 자녀를 키우는 부모가 되고 싶다”고 했다. 아마도 자신감 결여로 인한 갈등을 많이 하면서 살아온 탓일 게다.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내 자신으로 만족하기 보다는 주위 사람들이 요구하는 대로 나를 끼워 맞추어 살아온 나의 과거와 때때로 여전히 그것에 묶여 자유하지 못한 내 모습을 보면서 내 아이들 만큼은 나처럼 눈치를 보는 사람으로 키우지 않고 소신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키우겠다는 바램이 강렬했다.
6명의 엄마가 되기까지 많은 세월을 흘렀다. 그 동안 상담가 혹은 가족치료사로 훈련도 받았고 실제 상담과 학교 사역을 거의 16년 가까이 해오면서 낮은 자존감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세워주는 일도 많이 했고 갈등 가운데 있는 커플들을 종종 상담하기도 했다. 그러는 와중에 바쁜 시간 가운데 기회만 되면 최대한 아이들에게 시간을 주려고 노력했고 비난보다는 칭찬으로 아이들을 키우려고 노력했다. 또 시간이 되면 잠자리에 들기 전에 성경책을 읽어주며 축복송과 자장가를 불러주곤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아이가 나에게 와서 하는 말이 ‘엄마!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 라고 한다. 그리고 ‘학교는 재미가 없고 집에서 TV를 보는 것이 가장 좋아’라고 말한다…
무엇이 그 아이의 가치를 하락시켰을까? 왜 그 아이에겐 세상이 크고 두려운 곳일까?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과거의 기억들이 왜곡된 부분들이 있다는 것을 종종 경험하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 큰 아이가 책 읽기를 유치원 때 다 떼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생들에게는 나는 유치원 때 책을 다 읽을 줄 알았다고 진지하게 이야기 한다. 그 외에도 자신이 하지 않은 행동을 마치 자신의 행동인양 기억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음을 보게 되었다.
자녀 양육에 대해서 글을 쓴 란핑이라는 사람은 그의 책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아이는 먼저 취득한 성질의 방향으로 나아간다. 좋은 성질을 취하면 좋은 방향으로, 나쁜 성질을 취하면 나쁜 방향으로 발전한다.”
란핑의 말처럼 어릴 때 형성된 자신의 자아상이 커가면서 부정적으로 강화가 되면 주로 사춘기 시절에 많은 문제를 겪게 된다. 한 마디로 왜곡된 자아상이 굳어지는 것이다. 주위에 보면 성적도 뛰어나고 예쁘지만 그리고 집안도 좋지만 방안에만 갇혀 타인과 접촉을 꺼려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자신을 미워하며 자해까지 서슴지 않는……
인간의 발달 단계를 보면 어떤 일정 부분에 반복이 있음을 보게 된다. 예를 들어, 미운 세 살의 아이와 사춘기의 아이 그리고 중년의 위기는 일맥 상통하는 면이 있다. 비슷한 단계를 하나님께서 주신 것은 과거의 잘못을 수정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다. 부모들은 문제 행동을 가진 청소년 아이를 대할 때 잘못 끼운 단추를 다시 끼울 수 있는 ‘신이 주신 찬스’라고 여기면 좋을 것이다.
많은 자녀양육의 권위자들은 말한다. 결국, 왜곡된 자아상이 굳어지기 전에 하나님의 진리로 차근 차근 잘 가르쳐야 하는 것은 부모의 몫이라고…… 그러므로 내 아이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 답은 부모가 풀어주어야 한다. 그 이유는 아이는 부모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며 부모는 아이의 맨 처음 스승이자 하나님 아버지를 대변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내 아이를 통해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 했나? 그것이 아이가 원하는 충분한 만큼이었나?’ ‘ 나는 아이의 개별성과 아이의 특성에 얼마만큼 민감했나? 내가 원하는 틀 안에만 가두려 하진 않았나? ‘아이가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어떻게 더 도울 수 있을까?’
하나님께서 어려움 가운데 있는 우리에게 ‘친히 온전케 하시며 강하게 하며 견고케 하시리라’는 베드로전서 5장 10절의 말씀으로 고민하는 모든 부모들에게 힘을 주시길 기도한다. 그리고 우리의 자녀들이 자신감 있는 자녀로 자라도록 “파이팅”하며 외쳐본다.
[호주기독교대학 상담학박사 서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