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 6월 30일 오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만장일치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통과를 강행했다.
홍콩 주권 반환일인 다음날(7월 1일)부터 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홍콩 보안법이 시행되면서 홍콩을 중국으로부터 분열시키거나, 중국 정부를 전복시키거나, 파괴하거나, 내정에 외세가 간섭하는 행위는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어떤 행위가 분열·전복·파괴·침투에 해당하는지는 중국 정부의 해석에 달렸다. 앞으로 홍콩의 기존 법과 충돌할 때 홍콩 보안법이 우선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홍콩에 새로운 보안법 전문 부서를 설치하고 이 부서가 관련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보안법 부서는 홍콩 내 학교의 국가보안 관련 교육에도 개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홍콩 내 별도의 국가안전보장위원회를 수립해 보안법을 시행할 방침이다. 위원장은 물론 중국이 지정한다. 또 홍콩 행정장관이 보안법 관련 재판의 재판관을 직접 지명할 수 있어 홍콩의 사법독립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은 이에 홍콩 보안법이 홍콩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으며 앞으로 대중국 압박의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홍콩-중국 대립의 배경
홍콩은 1841년부터 150년 이상 영국의 식민지 지배를 받다 1997년 중국에 반환됐다.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영국과 중국 정부는 홍콩이 50년 동안 “외교와 국방 문제를 제외하고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가질 것”이라는 조약에 서명했다. 이같은 내용은 2047년 만료되는 홍콩의 ‘미니 헌법’인 기본법에 실렸다.
이에 따라 홍콩은 자체적인 법률과 경제 체제, 홍콩달러 화폐를 유지하는 등 지금껏 중국 본토에서 허용되지 않는 경제 자율성과 개인의 자유를 보장받았다. 또한 인권과 언론, 집회의 자유를 비롯한 자유를 보장받아왔다. 하지만 중국은 이번 홍콩 보안법 제정을 통해 홍콩 내 통제를 강화하려고 한다.
홍콩 보안법이 무엇이길래?
홍콩 보안법은 국가 전복, 테러리즘,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을 주도하거나 유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을 집행할 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법이다. 다르게 말해 홍콩에서 중국 정부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를 범죄로 만들 수 있는 법이기도 하다.
보안법 하에서 다음과 같은 행위가 위법이 된다.
- 분열: 홍콩을 중국으로부터 갈라놓는 행위
- 전복: 중앙정부의 권력과 권위를 해치는 행위
- 파괴: 사람들에게 폭력과 위협을 사용하는 행위
- 침투: 홍콩에 간섭하는 외세의 행위
전문가들은 보안법으로 인해 중국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본토에서 겪는 것처럼 홍콩에서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다. 노벨상 수상자인 류샤오보는 정치 개혁을 촉구하는 문서를 공동으로 작성한 후 전복 혐의로 11년간 옥살이를 했다.
홍콩 내 반발
지난 5월 중국이 홍콩 보안법을 직접 제정하겠다고 나섰을 당시, 홍콩에서는 큰 분노가 일었다. 당시 우 치웨이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홍콩 내 다수의 민주화 인사들은 이번 발표가 ‘한 국가 두 체제'(일국양제)의 죽음이라고 말했다.
데니스 궉 시민당 의원은 “이번 조치가 이뤄지면 일국양제가 공식적으로 사라질 것이다. 이것은 홍콩의 끝을 시사한다”라고 규탄했다. 타냐 찬 의원은 중국이 홍콩 보안법 제정을 천명한 날이 “홍콩 역사상 가장 슬픈 날”이라고 덧붙였다. 학생운동가이자 정치가인 조슈아 웡은 당시 트위터에 “무력과 공포로 홍콩인들의 비판적 목소리를 침묵”시키려는 중국 중앙정부의 시도라고 말했다. 홍콩 정부는 지난 2003년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50만 명에 달하는 시민이 거리로 나와 이를 반대해 법안을 취소한 바 있다.
만장일치 통과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초안 심의 회의 마지막 날인 이날 오전 홍콩 보안법을 만장일치로 전격 통과시켰다. 홍콩 정부는 홍콩 반환의 상징적 의미가 담긴 7월 1일에 맞춰 홍콩 보안법을 기본법 부칙에 삽입해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상무위원회 측은 홍콩보안법과 관련해 홍콩 각계 인사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고, 홍콩의 실제 상황에 들어맞는다면서 조속히 실행해 국가 안보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미국: 특별 대우 박탈하겠다
중국과 무역 전쟁 등 다양한 주제로 대립을 이어온 미국은 이번 홍콩 보안법 사태를 근거로 제재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29일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윌버 로스 장관은 성명을 통해 “홍콩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새로운 보안 조치로 민감한 미국 기술이 중국 인민해방군이나 중국 국가안전부로 갈 위험성이 커졌고, 동시에 영토의 자율성을 훼손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역시 “홍콩의 자유를 박탈하는 중국 공산당의 결정이 홍콩에 대한 정책을 재평가하게 했다”며 중국에 대한 제재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은 1992년 홍콩정책법을 마련해 관세,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 영역에서 홍콩을 중국 본토와 다르게 특별 대우해 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비롯해 중국의 개입이 본격화되자 중국에 적용하던 조처를 홍콩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B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