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용 변호사] 명예훼손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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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오래전에 대한민국의 사법제도가 개선되어야 할 방향으로 검찰의 기소독점권의 견제 및 분산, 이해관계충돌방지법의 개정, 정의왜곡범죄의 신설, 그리고 명예훼손죄의 폐지를 주장한 바 있다.

이후 대한민국은 비록 기소독점권은 아니지만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려는 움직임의 하나로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인정하였다. 헌법상 명시된 기소독점권은 헌법개정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우선 그 방편의 하나로 공수처법도 통과되었다.

하지만, 호주변호사의 시각으로 보면 아직도 대한민국의 사법제도는 많은 부분에서 손질을 하여야 할 정도로 부족해 보인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다.

한국의 명예훼손죄는 형법 제307조에서 다루고 있는데 제1항을 보면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로 되어 있고 2항에서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로 되어 있다. 이 말은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공공연히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처벌받는다는 뜻이다. 즉, 사실을 말해도 그것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다면 위법하다는 것으로서 현재 OECD 국가 중 사실을 말해도 처벌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과거 PD수첩이 미국산 수입 소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하였을 때 당시 이명박 정부의 농수산식품부가 명예를 훼손당하였다며 PD수첩제작진을 형사고소하였고 검찰은 제작진 전원을 구속수사한 바 있다. 이후 대법원에서 PD수첩팀은 모두 무죄를 받았지만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이처럼 사실을 말해도 형사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주로 독재정부가 언론의 입막음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데 이 형법규정이 아직도 대한민국에서 유효한 입막음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은 놀랍다.

UN은 오래전부터 명예훼손죄를 형사범죄로 다루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위험이 있다고 하여 모든 명예훼손을 형법으로 다루는 조항을 모두 폐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고 그에 따라 호주 등 유럽연합은 명예훼손을 더 이상 형사처벌하지 않고 민사적으로 해결하도록 하였다. 이 때문에 호주에서는 사실일 경우는 민.형사적으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도록 되어 있다.  

2018년 7월 한국의 한 개인이 ‘배드파더스’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어 양육비지급을 회피하는 부모의 이름, 나이, 거주지역, 직업, 사진 등 개인정보를 ‘용감하게’ 게시하였다. 그러자 인터넷 상에서는 ‘이렇게라도 해서 양육비를 받게 해야 한다’는 의견과 ‘그래도 이렇게 개인정보를 게시하는 것은 심한 것 아니냐’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결국 2018년 9월 소위 나쁜 부모에 해당되는 남성 3명과 여성 2명이 이 사이트의 운영자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에 의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이 재판은 2020년 1월 15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어 배심원 7인 전원이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었다. 그러자 재판부도 무죄를 선고하였는데 검찰은 이 재판에 불복하여 항소하였다.

아직 항소심 재판이 남아 있긴 하지만, 그간 개인의 체면과 정보를 중시한 한국사회에서 사실적시에 의한 이와 같은 명예훼손죄를 개인의 명예보다 아동의 생존권이라는 공익적 가치를 더 중히 여겨 판결했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의 인식 변화를 엿볼 수 있다.

2018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한부모가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 78.8%의 한부모가족이 비양육부모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한부모가구의 소득은 전체 가구 평균의 절반 수준인 약 56.5%에 불과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양육비 미이행 문제를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하는 것이 옳다.

호주의 경우, 양육비를 내지 않는 부모가 있다면 Child Support라는 기관에서 부모의 수입을 조사하여 급여에서 강제로 차감하여 양육비를 받도록 해 준다. 그렇지만 나쁜 부모의 경우 단순히 아이에게 양육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하여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놀고 먹는 실업자로 지내는 사람도 있다.

 

태국 가정이었는데 18세 미만의 두 자녀를 어머니가 양육하고 아버지는 엔지니어로 년간 약 30만불이상을 버는 고소득자였지만, 아이에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기 위하여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었다. 하지만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고 간혹 한번씩 호주로 들어오는 것으로 봐서 해외 취업을 한 의혹이 있지만 호주의 사법권이 해외로 미치지 못하여 실태를 파악하지 못한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이런 나쁜 부모라면 한국의 ‘배드파더스’ 인터넷사이트에 신상정보를 게재하는 것이 왜 명예훼손이 되는 것일까? 호주라면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Soo Yong (Bruce)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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