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백신 접종 ‘굼벵이 속도’ 늦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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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일 기준 겨우 1.3% 2차 접종 완료.. 세계 119위

‘AZ 백신 혈전 위험성’ 가장 큰 이유
“1년 이상 국경봉쇄.. 서두를 필요 없어”
정부 지역사회 메시지 전달도 문제
50세 이상 AZ 부작용 ‘희귀성’ 설명 부족 

 

빅토리아주가 네번째 코로나 록다운(5월 28일 – 6월 3일)에 들어가기 전날 호주는 백신 접종 4백만회분을 공급했다. 해당 수치는 연방 정부가 지난 3월까지 도달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숫자다.

지난 1월 그렉 헌트 연방 보건부 장관은 “3월말까지 4백만명에 대한 1차 접종이 실시될 수 있도록 포괄적인 계획이 수립돼 있다”고 발표하면서 “올해 말까지 전체 인구의 백신 접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큰 소리를 쳤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달랐다. 3월말까지 실제 접종자는 약 67만명으로 목표치에 근접조차 못했다. 현재 4백만회 접종에는 2차 접종자들도 포함돼 있는 수치다.

연방 보건 당국의 통계에 기반한 백신 접종 현황에 따르면 5월 28일 기준 인구의 15% 미만이 1차 예방 접종을 받았으며 약 1.3%만이 2차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스콧 모리슨 총리는 연초 “호주의 코로나 종식이 멀지 않았다”면서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앞서 있다”고 말했지만 호주는 현재 백신 접종을 받은 비율이 전국민의 2% 미만으로 세계에서 119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부진에 대해 연방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희구 부작용(혈전 후유증) 의심 사례 및 백신 배송 지연 등의 문제로 호주의 백신 접종 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급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 자문을 변경했으며 화이자 백신 2천만 회분을 추가 확보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연구 조사기관인 리졸브 스트라티직(Resolve Strategic)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질문에 응답한 성인 중 15%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기 꺼려진다”고 답변했다. 14%는 “앞으로 몇 달 안에는 접종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이유는 AZ 백신의 혈전 부작용 위험성 때문이며 상당수는 “아직도 1년 이상 국경봉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해외 여행을 가지 못하는 한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모리슨 총리는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크게 문제되지 않는 점이다.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국민들과 충분히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라탄연구소(Grattan Institute)의 보건프로그램 책임자인 스티븐 듀켓 박사(Dr Stephen Duckett)는 “정부의 백신 캠페인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방정부는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등 백신 캠페인 광고에 4천만 달러를 지출했는데 캠페인 내용은 대부분 50세 이상의 사람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마저도 도움이 되지 않는 무책임한 메시지들이 다수”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다양한 계층이 갖고 있는 우려 사항을 해소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부작용 발생 위험이 얼마나 낮은지 강조하는 등 보다 효율적이며 체계적인 캠페인을 벌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보건부 대변인은 “백신 안전성에 대한 불신이 높다는 우려와는 달리 백신 공급이 증가하고 새로운 연령층도 백신을 쉽게 접종할 수 있게되면서 빠르게 접종률이 상승하고 있다. 다양한 연령과 계층에 맞춘 캠페인을 진행 중이며 광고도 준비하고 있다. 백신 접종 계획에 차질을 빚게된데는 백신 공급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라 트로브대학의 역학학자(epidemiologist)인 하산 밸리 부교수 (Associate Professor Hassan Vally)는 “호주는 지난 11개월동안 전력투구해온 퀸슬랜드 대학과 국내 제약회사 씨에스엘(CSL)이 함께한 코로나 19 백신 개발이 가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양성 반응을 일으켜 중단됐다. 3월 유럽에서 25만회분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호주 수송을 막는 등 여러 악재가 겹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정부가 50세 미만에게 화이자 접종을 권고하기로 한 결정은 오히려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에 대한 의심을 키운 결과를 초래했다. 50대 이상은 왜 50대 이하와 다른 백신을 맞으며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헌트 보건부 장관이 “50세 이상은 가능한 빨리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올해 말까지 기다릴 수도 있다”고 말해 더 큰 혼선을 빚기도 했다.

버넷연구소(Burnet Institute)의 역학자인 마이크 툴 교수(Professor Mike Toole)는 “백신의 문제는 단순히 개개인의 문제 혹은 공급의 불확실성 등의 이유로 탓을 돌리며 시간을 끌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멜번에서와 같이 발병하자마자 온 도시와 나라 나아가 국제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yang@hanhodaily.com